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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자녀들 손잡고 여행 떠나볼까

오래전 연휴에 출발하는 그랜드캐년 3박4일 관광 중에 미국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이민 온 목적에 대해 물은 적이 있었다.   당시 많은 관광객들이 자녀들의 장래와 교육을 위해 이민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날 어떤 여성 관광객은 "솔직히 이야기하면 한국에 살 때 너무 가난해서 아이들에게는 우유라도 실컷 먹이고 싶어 미국에 왔다"며 "그래서 그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고 이제는 형편도 좋아졌고 아이들도 잘 자랐고 비즈니스도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미국에 온 목적을 이야기하는 동안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 정도 되는 자매가 합류했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질문을 했다. 필자의 질문 요지는 '많은 한인 부모들이 자녀의 장래를 위해 미국에 이민 왔다고 한다. 그런데 자녀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결정이 아닌 부모의 결정으로 이민 길에 오르게 된 것이고 한국에서 친구들과 이별하고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등 나름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1.5세로서 미국 이민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이었다.   필자의 질문에 언니가 마이크를 잡았다. 미국에 이민 온 지 10년 정도 됐다는 그 여학생은 "부모님이 저희를 위해 얼마나 희생하고 열심히 일하는지 너무도 잘안다"며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하며 저희가 필요한 것이라면 뭐든지 아낌없이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공부 열심히 하라고 부족함 없이 제공해 주는 부모님께 너무 감사하다"고 덧붙였는데 갑자기 그녀의 목소리가 울먹이며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 여학생은 "그런데 사실 소원이 하나 있다"며 "엄마, 아빠 손잡고 여행 한 번 다녀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미국에 와서 가족 여행 한 번 못 해봤는데 그 이유는 부모님이 가게 문을 닫지 못해 연휴만 되면 동생하고만 여행을 다닌다는 것이다. 그 여학생은 2박3일 여행은 고사하고 집 근처 공원에서 반나절 정도만이라도 가족과 함께 피크닉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 아닌가. 그 자매의 참으려다 터뜨려 버린 흐느낌 속에서 필자는 무엇을 위해 미국에 왔는가 하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자녀들이 원하는 것은 작은 관심과 사랑이고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 아닐까. 그래서 그날 이후 필자는 관광버스가 조용한 울음바다가 되었던 그 시간을 아직도 가슴에 묻고 고객들을 대한다.   5월부터는 눈 속에 갇혀있던 북쪽 지역 명소들이 드넓은 대자연의 품을 열고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 옐로스톤이 개장하고, 에메랄드 색 호수와 고산에 있는 빙하와 더글러스퍼 숲(Douglas Fir Forests)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캐나다 로키산맥, 알래스카의 숨겨진 비경들, 화산 분화구로 형성된 아름다운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Crater Lake National Park), 콜로라도 로키산맥과 미국 건국 150년 동안 가장 영향력 있던 4명의 대통령들(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이 조각된 마운트 러시모어(Mount Rushmore)가 그 대표적인 명소다.   정호영 / 삼호관광 가이드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자녀 여행 가족 여행 자녀들 입장 국립공원 옐로스톤

2024-05-02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그랜드 캐년~라스베이거스 가볼까?

 '여자의 마음은 꽃바람에 흔들리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태풍에도 견디어낸다'란 노래 가사가 있다. 이 세상에 오직 한 분뿐이고 그 사랑의 깊이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머니와 축하하고 또 어머니를 기리는 마더스데이가 되었기를 바란다.   어머니에게 가장 값진 선물은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오붓하게 꽃길도 걷고, 달과 별을 보며 오순도순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등 더 늦기 전에 실천해 봐야 할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가능해지는 순간이 있으니 바로 여행이 그러하다.   다가오는 메모리얼 데이 연휴를 맞아 2박 3일 정도의 짧은 일정으로 가족 여행을 떠나기 좋은 곳들을 소개한다. 장거리 자동차 운전이 부담스럽다면 US아주투어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운전이나 예약, 식사 걱정 없이 훌쩍 다녀올 수 있다.       제일 먼저 지구에서 제일 키가 큰 레드우드의 곧게 뻗은 직선의 아름다움과 강인한 생명력을 만나러 가보자. 레드우드에서는 증기기관차를 타고 푹신한 숲길을 따라 거목들 품에서 청량한 삼림욕도 즐길 수 있다. 레드우드들은 뿌리에서 수분을 서로 나누어 생존하며 뿌리끼리 서로 엉켜 키가 커도 넘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마치 끈끈한 가족처럼 말이다. 아울러 레드우드에서 조금 더 달려 낭만적인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명소들까지 관광한다면 더욱 알찬 여행 코스가 완성될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그랜드캐년과 라스베이거스를 추천한다. 이미 여러본 가본 곳이겠지만, 여행이란 게 갈 때마다 다른 분위기와 감동을 선사하는 법이다.     1979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등록된 인류의 자산이자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불리는 그랜드캐년은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로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또한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쇼핑과 맛있는 음식 등을 만끽한다면 확실한 기분전환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생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앤텔롭 캐년과 모뉴먼트 밸리를 추천한다. 앤텔롭 캐년은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포토존으로 통한다. 붉은색의 사암층을 물이 수만 년 동안 흐르며 이리저리 깎아낸 후 물은 사라지고 협곡만 남아 있다. 신비스러운 계곡을 통해 투영되는 빛의 조화는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빛이 시시각각 동굴 벽에 부딪혀 변하는 색깔과 형태는 그야말로 변화무쌍 그 자체다. 또한 나바호 인디언의 성지이자 적갈색의 뷰트(Butte), 메사(Mesa)가 땅과 파란 하늘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모뉴먼트 밸리에서라면 아름다운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겠다.   여유가 있어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 여행을 가니까 여유가 생긴다고 했다. 다가오는 메모리얼 데이 연휴에는 어머니와,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 그리고 손주들과 한 박자 쉬어가는 시간을 꼭 가져보시길 기원한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라스베이거스 그랜드 도시 라스베이거스 가족 여행 여행 코스

2023-05-18

[이 아침에] 2월의 바닷가

“엄마, 생일 선물로 무얼 받고 싶으세요?”     딸의 물음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딱히 필요한 물건도 없는 듯했다. 가지고 있던 물건도 정리해야 할 때가 아닌가. 친구가 칠순 기념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몸이 불편한 우리 내외는 여행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동안 힘에 부치도록 일했으니 이제 쉬라며 운전대까지 내려놓은 채 ‘집콕’의 주인공이 되었다.      “응. 그냥 가까운 바닷가를 걷다 오고 싶다”라고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둘째 딸이 김밥을 싼다고 분주했다. 어렸을 적 가족 여행에서 먹던 김밥의 추억이 생각났던 게다. 오이, 시금치, 달걀, 우엉, 참치, 햄은 저마다 고유한 색과 맛을 뽐내며 어우러졌다. 발대 속에서 꾸우욱 눌려 서로 조화를 이루었다. 생일 소풍은 김밥만으로 충분했다. 우리의 생이 성취한 것이 아니고 주어진 것이라는 걸 깨달으면서.     나의 귀가 엄마의 배 안에서 세상으로 나온 귀빠진 날. 나에게 연결된 탯줄이 잘리고 공기를 가르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와 한 생명이 독립했던 날이다. 벅찬 기쁨으로 축하받았을 것이다. ‘참 잘했다’라며 나를 다독이고 싶은 날이다.     해마다 새 달력을 받으면 가족의 생일을 빨간색으로 기록한다. 가족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어릴 적엔 “내가 나이가 더 많아”라며 손가락을 펴 자랑했다. 그땐 나이가 많으면 세상을 이긴 듯 어깨에 힘을 주었는데, 이젠 나이의 숫자 하나가 늘어나며 나이 듦의 무게가 더해진다. 그 무게가 버겁게 느껴지며 마음가짐을 바꾸어 본다. 겉보다는 내면을, 결과물보다는 관계 중심으로 전환해 보련다. 연륜 속 깊어져 가는 시간이 선물이라 생각한다.     올해가 내 칠순이란다. 한국 나이로 한 살을 보태어 70이라고 한다. ‘7’ 자가 내 앞에 다가오는 것이 두려워 내년으로 미루기로 한다. 자녀들이 기억하기 좋도록 음력 2월을 양력 2월에 지키니 더 빨라져 이른 봄이 된다.     2월에                     꽃 시샘 추위를 맞으며/ 30일을 채우지 못한 탓에                             열두 달 중 가장 짧은 다리로/ 빈 들 지나 봄 마중 간다   무녀리로 태어나/ 얼어있던 들판에/ 계절의 선두로 나서     봉긋봉긋 꽃망울을 여는/ 그 산도(産道)를 밟는다     어두운 세월의 흙 속에서/ 견디며 쇠약해진 몸으로                 겨울을 마감하는 문턱에서/ 썩어져 씨앗을 가르고     생명을 대지로 뿜어내며/ 봄빛으로 바꾸어 낸다       Montage Laguna Beach를 찾는다. 야생화가 해변을 노랑, 주황, 보랏빛으로 장식한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꽃망울을 피워내고 있다. 흔들리는 애잔한 모습이 대견스럽다. 보물섬이 윤곽을 드러낸 바위 등선 위를 정복하는 아이들의 등이 햇빛에 반짝인다. 넘실거리는 파도는 바위에 부딪혀 하얀 포말을 뿜어내고 깊은 바다 표면은 윤슬 되어 빛났다. 찰랑이는 파도 결 따라 모래사장을 걷는다. 울퉁불퉁 푹 파여 발걸음을 떼기 힘들다. 새 발자국을 따라가 본다.   한참 후 내 발자국을 남겼다고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니 밀려오는 파도에 쓸려 사라져 흔적이 없다. 우리 생의 지나간 자취도 고요뿐일 것. 그런데 파도가 휩쓸고 간 모래 위는 단단하고 매끄러워 걷기가 쉽다는 걸 알았다. 곱게 내려앉고 있는 석양을 바라본다. 맛있는 인생을 차려 놓는 생일 식탁이다.     주치의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미스에스 유, CT 결과에 이상이 없습니다.”  이희숙 / 시인·수필가이 아침에 바닷가 한국 나이 가족 여행 칠순 기념

20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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